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여행은 즐거운 미식의 연속이지만, 모든 음식이 우리 입맛에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죠. 태국 음식은 유독 향신료의 개성이 강하고 식재료의 범주가 넓어, 때로는 베테랑 여행가들조차 "이건 정말 난도가 높다"며 혀를 내두르는 메뉴들이 있습니다.
현지인들에게는 없어서 못 먹는 최고의 별미지만, 초보 여행객들에게는 일종의 '공포 체험'이 될 수도 있는, 적응하기 꽤나 까다로운 태국 음식 7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도전해 볼지 말지를 한번 결정해 보세요.
지독한 향기 뒤에 숨은 맛, '두리안'
'과일의 왕'이라는 화려한 별명 뒤에는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합니다. 마트나 길거리에서 밀봉된 상태로 팔리는데도 그 특유의 꼬릿 한 유황 냄새는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하죠. 처음 접하는 분들은 하수구 냄새나 고약한 발 냄새 같다고 느끼며 뒷걸음질 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크림치즈 같은 부드러운 식감에 빠지면 중독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손질된 두리안 한 팩은 품종에 따라 보통 150~400밧 정도인데, 호텔이나 대중교통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니 반드시 야외에서 시식해야 하는 '고난도' 과일입니다.
제가 처음 묵었던 시내 콘도에도 '두리안 반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는데요, 그 문구가 붙어있지 않았어도 저는 쉽게 도전하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두리안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냄새가 심한데 그걸 입에 넣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결국 치앙마이를 떠날 때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은 다음에 여행가게 되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해요.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라고 하는지 궁금해졌다고 하네요. 그럼 다음 여행에는 남편이 먹을 때 저도 한 번은 먹어보게 되겠죠?
민물고기의 강렬한 삭힌 맛, '플라라'가 들어간 솜땀
우리가 흔히 아는 상큼한 솜땀(솜땀 타이)과 달리, 태국 동북부 이산 스타일의 '솜땀 빨라'는 난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민물고기를 삭혀 만든 젓갈인 '플라라'를 넣는데, 그 향이 우리나라 홍어보다도 낯설고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국물 색깔부터 검붉고 탁하며, 한 입 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쿰쿰한 흙내와 젓갈 향에 당황하게 되죠. 현지 노점에서는 40~60밧 정도면 살 수 있지만, 젓갈 특유의 강한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주문 전 반드시 "마이 사이 플라라(플라라 넣지 마세요)"를 외쳐야 하는 메뉴입니다.
바다 향의 끝판왕, '뿌쁠라라(삭힌 게)'
앞서 언급한 플라라(삭힌 물고기)에 이어 '뿌쁠라라'는 민물게를 소금에 절여 삭힌 것입니다. 솜땀에 이 게가 통째로 들어가는데, 형체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은 게 들이 거뭇거뭇하게 섞여 있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꽤 충격적입니다. 게의 내장까지 삭아 있어 매우 비리고 짠맛이 강합니다. 50~80밧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비린 맛에 약한 분들이라면 한 입만으로도 여행 전체의 식욕을 잃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음식입니다.
제가 딱 한번 시장에서 솜땀을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반으로 잘린 게 들이 통째로 들어있었어요. 한 입 먹었을 때 확 올라오는 그 비린 맛 때문에 결국 반도 먹지 못했답니다. 새콤달콤한 맛있는 솜땀을 기대하고 먹었는데 훅 치고 들어오는 비린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선지의 비주얼과 질감, '남응에우'와 선지 국수
치앙마이 전통 국수 중 하나인 '카놈찐 남응에우'는 매콤한 토마토 베이스 국물에 선지가 듬뿍 들어갑니다. 한국의 선지해장국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지만, 쌀소면(카놈찐) 위에 덩어리째 올라간 선지와 특유의 시큼하고 매콤한 향신료의 조합은 많은 여행객을 주춤하게 만듭니다. 국수 한 그릇에 40~60밧 정도로 저렴하지만, 선지 특유의 피 냄새와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에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비주얼에 예민한 분들에게는 꽤 높은 장벽이 있는 음식입니다.
샴푸 향의 정체, '팍치(고수)'와 레몬그라스
음식 자체라기보다 식재료의 문제지만, '고수'는 여전히 많은 여행객에게 넘기 힘든 벽입니다. 비누 향이나 샴푸 맛이 난다고 느껴지는 고수가 거의 모든 국물 요리와 볶음 요리에 고명으로 올라가기 때문이죠. 특히 세계 3대 스튜라는 '똠얌꿍'은 고수뿐만 아니라 '레몬그라스'와 '갈랑갈' 등 화장품 향이 연상되는 허브들이 총동원됩니다. 한 그릇에 150~300밧을 주고 주문했다가 국물 한 모금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흔합니다. 향신료에 취약한 분들에게 태국 요리는 매 끼니가 모험이 될 수도 있겠네요.
처음에 고수를 먹었을 때 저도 그 화장품 냄새 때문에 깜짝 놀랐었는데요, 그래도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맛보다 보니 이제는 약간 익숙해진 것도 같습니다. 고수를 많이 넣어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향만 나게 조금 넣는 것 정도는 이제 먹을 수 있게 됐거든요. 하지만 저희 남편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해요. 이전 글에 소개해드린 삼겹살 튀김 '무껍'을 먹을 땐 고수를 넣은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고수의 향이 어렵다면 저처럼 조금씩 조금씩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현지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실 수 있을 테니까요.
낯선 식감의 충격, '카이여우마(피단)'
죽이나 볶음 요리에 검은색 달걀이 들어있는 것을 본 적 있으신가요? 오리알을 삭혀 만든 '피단'입니다. 흰자는 검은색 젤리처럼 변해 있고, 노른자는 녹진하고 어두운 회색빛을 띱니다. 비주얼부터 심상치 않은데, 특유의 암모니아 향과 녹진하다 못해 끈적한 노른자의 식감은 적응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보통 볶음 요리인 '팟 카프라오 카이여우마' 등으로 즐기며 가격은 60~100밧 선입니다. "상한 계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생소한 풍미라 도전 정신이 투철한 분들만이 완식에 성공하곤 합니다.
야시장의 용기 테스트, '곤충 튀김'
야시장을 걷다 보면 메뚜기, 전갈, 누에 번데기 등이 산처럼 쌓여 튀겨진 광경을 보게 됩니다. 현지인들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고소한 맥주 안주지만, 여행객들에게는 '벌칙 음식'에 가깝습니다. 작은 봉지 하나에 30~50밧 정도로 저렴해 호기심에 사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 터지는 곤충 특유의 질감과 형태 때문에 삼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전갈 튀김은 사진 촬영용으로는 인기 만점이지만, 실제로 즐겨 먹기에는 가장 난도가 높은 '음식'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곤충류를 정말 싫어해서 책에서 곤충 사진을 보는 것조차 꺼려하는 사람인데요, 시장을 가다가 곤충튀김을 쌓아놓고 파는 걸 보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곤 했답니다. 그리고 곤충 외에도 손바닥 만한 개구리를 구워서 파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제발 그런 음식을 제가 먹게 되는 '벌칙'이 없기만을 바랍니다.
태국 음식은 그 다양성만큼이나 개인의 취향을 강하게 탑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음식들은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가장 강렬한 추억이 될 수도, 혹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용기 내어 도전해 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