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말에 가족들과 속초에 갔었습니다. 여건상 오래 머물 시간은 되지 않아서 두 군데 정도 가 볼 계획으로 어디를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속초 앞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영금정'과 먹거리가 풍성한 '속초중앙시장'을 선택했습니다. 오랜만에 바닷가를 찾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참 좋았고 오전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씨가 영금정에 도착하자 맑아져 더 기분이 상쾌했답니다. 영금정을 구경한 후엔 속초중앙시장에 들러 점심을 먹고 시장도 한 바퀴 둘러보았어요. 속초에서 대표적인 코스라 할 수 있는 두 곳 모두 관광객이 참 많았지만,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 그 또한 좋았답니다.
영금정
속초 등대 전망대 동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영금정은 속초 시내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압도적인 해안 풍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영금정'이라는 명칭은 석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琴)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과거에는 실제로 거대한 암반 산이 바다를 향해 뻗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속초항 방파제 축조를 위한 석재 채취로 인해 지금은 평탄한 암반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비록 지형은 변했지만, 그 위로 세워진 정자에 서면 여전히 동해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영금정은 현재 두 개의 정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덕 위에 위치한 '영금정 정자 전망대'인데요, 이곳에 올라서면 동명항 방파제와 속초항, 그리고 멀리 조도까지 이어지는 뷰를 감상할 수 있어요. 흐렸다가 맑개 개인 하늘 아래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두 번째는 바다 위로 쭉 뻗은 50m짜리 '동명해교'를 지나 만나는 '해돋이 정자'인데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바다와 딱 맞닿아 있었어요. 정자에 서서 내려다보면 발아래서 부서지는 하얀 포말과 진동하는 파도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진짜 여기가 바다로구나!' 하는 생생한 느낌이었는데요, 바다와 너무 가까워 파도가 세게 치는 날엔 조금 겁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영금정은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고 또 밤에 방문하는 '야경' 또한 일품이라고 해요. 정자와 동명해교에 설치된 은은한 야간 경관 조명이 바다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니 야간에 한번쯤 와볼 만하겠다 생각했어요.
이곳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아주 편리합니다. 주차장 이용료도 저렴하고요. 저희 가족들은 영금정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튀김집들이 쭉 이어져 있는 곳에서 튀김을 포장해서 먹었는데, 갓 튀겨진 따끈따끈한 튀김의 맛은 말해 뭐 하겠어요! 작은 게를 튀긴 게 튀김과 오징어 튀김 만 원어치를 가족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웠답니다.
속초 중앙시장(새로운 명칭: 속초 관광수산시장)
영금정에서 차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속초 관광수산시장. 속초 중앙시장으로 불리던 이 곳의 공식 명칭은 '속초 관광수산시장'입니다. 영금정에서 도보로도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는 속초 관광수산시장은 속초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속초 관광수산시장은 국내 전통시장 중 방문객 선호도와 만족도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곳이라고 해요.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와 강원도관광재단이 발표한 '강원관광 동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속초 관광수산시장이 강원도 내 전체 목적지 중 내비게이션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그 인기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속초 관광수산시장 지하 1층은 어시장입니다. 속초는 동해안 최대의 수산물 집결지 중 하나로, 인근 동명항과 외옹치항 등에서 들어온 신선한 활어와 대게, 홍게가 이곳으로 모입니다. 관광객들은 여기서 싱싱한 횟감을 골라 숙소로 포장해 가는데요 광어, 우럭 등 싱싱한 오징어회나 제철 활어를 맛보기에 그만입니다. 알차게 그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포장한 회와 함께 한잔 즐기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죠.
1층 먹거리 골목은 시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도 줄줄이 이어지는 관광객 행렬에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이 곳에는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명성 닭강정'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명성 닭강정 외에도 다른 닭강정 가게가 많았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랜만에 가 보니 다른 닭강정은 잘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이번에도 닭강정 2가지 맛을 사 와서 저녁에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이들이 좀 자라니 순한 맛 닭강정 정도는 맛있게 먹었어요.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닭강정 외에도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 술빵, 씨앗호떡, 벌집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오징어 몸통에 소를 꽉 채워 계란물을 입혀 구워낸 오징어순대 냄새가 정말 유혹적이었어요. 하지만 닭강정을 2개나 구입하기도 했고 점심으로 아바이 순대를 먹었기 때문에 오징어순대는 다음을 기약했답니다.
대부분의 상점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고 있어요. 다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몇몇 맛집들은 재료가 소진되면 이른 오후에도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매월 특정 수요일이나 화요일에 정기 휴무를 갖는 점포들이 있으니, 꼭 방문하고 싶은 특정 가게가 있다면 사전에 전화나 SNS로 영업 여부를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속초 관광수산시장에는 건어물 가게가 정말 많았어요. 속초의 찬 바닷바람에 잘 말려진 황태, 미역, 멸치 등 품질 좋은 건어물을 구매할 수 있는데다가, 인근 설악산 자락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지역 농산물들도 가득해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사기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요리에 사용할 저염 명란젓 파지(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약간 터지거나 흠이 있는 것)를 구입했어요. 명란젓으로 파스타도 만들고 오이와 함께 먹는 요리를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주차 및 결제 팁
속초 관광수산시장은 관광객이 늘어나는 주말이면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제가 갔을 때도 정문으로 진입하려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어요. 차선을 잘 못 드는 바람에 얼떨결에 골목으로 진입하게 됐는데 오히려 다른 진입로로 갈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었답니다.
시장 상가에서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30분 주차 할인권을 제공하고 있어요. 1인당 최대 2장(1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니 맛있는 먹거리를 사면서 주차권을 꼭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속초시 관광 통계에 따르면 주말 오후 2시~4시 사이가 가장 혼잡하다고하니 가급적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 방문을 추천할게요.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현금만 고집하는 건 옛말이죠. 모든 점포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며, 특히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많습니다. 연결된 카드나 모바일 QR 결제 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경제적인 여행을 원하신다면 사전에 앱을 설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 출처
속초 관광객 명소: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https://datalab.visitkorea.or.kr/datalab/portal/loc/getPopuTourAttrac.do#
속초 관광수산시장 네비게이션 검색순위 1위: 연합뉴스 보도자료 https://www.yna.co.kr/view/AKR20230216091000062
뉴시스 보도자료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11116_000165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