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꼭 한 번은 우도를 가게 됩니다. 우도를 가려면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이 과정이 여행 속 또 하나의 여행인 것만 같아 왠지 더 설레는 기분이 들어요. 배를 타고 간다는 것 자체가 우도의 첫 번째 매력인 듯합니다.
이번 여행은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느긋하게 움직이는 여행으로 정했어요. 저의 여행 스타일은 아침 일찍부터 빠르게 움직이는 건데 아이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그게 안 되더라고요. 집에서도 매일 '빨리 준비해' 라던지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데 여행에서는 좀 느긋하게 지내고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싶기도 했습니다. 우도에 가던 날도 천천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배를 타러 성산포항으로 출발했어요.
성산포항에서 배 타기
숙소에서 성산포항까지 가는 데만 해도 거의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아이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지루해할 때 즈음,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나타났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성산일출봉은 언제 봐도 정말 멋졌어요.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을 보면서 저기가 오래전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곳이고,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가운데가 움푹 파진 형태라는 것 등등을 얘기하며 아이들과 지루함을 달랬지요. 이번에는 성산일출봉에 올라갈 계획은 없지만, 아이들도 언젠가 저기를 한 번쯤은 올라가 볼 날이 오겠네요. (저는 그때 힘들어서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성산포항에 도착해 주차타워에 갔는데 이미 주차장이 많이 차있었고, 저희는 주차타워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차를 세웠습니다.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북적북적 이미 만원이었어요. 얼른 승선신고서 2장을 작성하고 미리 알아본 대로 구석에 있는 무인 발권기를 찾아냈습니다.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사람들이 무인 발권기가 있는 걸 잘 모르고 대부분 매표소 창구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서 표를 구입한다고 했거든요.
그 말대로 정말 사람들이 대부분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었고, 무인발권기 앞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어요. 저도 조금 기다렸다가 무인발권기로 금방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답니다. 다행히 출발 직전인 배에 얼른 올라타고 타자마자 거의 바로 출발하게 됐어요. 아이들은 배를 처음 타보는 거라 아주 신나 하면서 배가 바다에 만들어내는 하얀 꼬리를 신기하게 구경했습니다. 저도 배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있자니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면 하우목동항, 천진항 두 곳 중 한 곳으로 데려다주는데, 30분 간격으로 번갈아 갑니다. 우도가 크지 않아서 어느 곳으로 가도 크게 상관은 없는데, 만약 미리 전기차를 예약해 두셨다면 어느 항구에 있는지 확인하시고 거기로 가면 됩니다. 저희는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아서 그냥 시간대에 맞는 배를 탔어요.
우도여행, 전기차 대여
우도에 들어가면 전기차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우도 내에서만 운행하는 전기차는 작고 아주 귀여워서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죠. 가는 시간대에 어느 항으로 가게 될지 몰라 배를 타고나면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배 타는 동안 그새 매진이 되어버린 거예요. 조금 난감했지만 가면 또 업체가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일단 그냥 갔습니다.
저희가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하우목동항이었어요. 거기서 내려 어떤 차를 탈까 두리번거리다가 3륜 사이드카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안에 이미 사람이 많길래 저희가 아이들이랑 화장실에 다녀왔거든요? 그랬더니 글쎄 그 잠깐 사이에 3륜 사이드카가 모두 매진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 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저희는 미니 전기차를 빌렸어요. 아이들도 사이드카가 더 타고 싶다고 했지만 매진된 걸 어째요. 아이들을 살살 달래서 미니 전기차를 빌리러 갔어요. 보통 3시간이 기본요금 35천 원인데 저희는 4시간 주셔서 시간이 넉넉해졌어요. 아이들과 천천히 다니다 보면 3시간은 좀 부족할 것 같아 추가요금을 내고 더 타야 하나 고민했거든요. 추가요금은 30분에 1만 원이라 1시간 추가하면 2만 원이니 적지 않은 금액이랍니다.
성산포항으로 나가는 배는 6시가 마지막인가 그렇대요. 그래서 보통 오후 5시 30분이 전기차 되돌려주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오후 1시 정도에 대여를 했는데 5시까지 돌아오기로 하고 렌트를 했어요. 귀여운 모양의 미니 전기차는 아이들이 골랐고, 직원분께 간단히 조작하는 방법을 배운 후에 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장난감 자동차 같은 걸 타고 다니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사이드카를 탔으면 바닷바람을 더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바다구경, 그리고 검멀레해변
미니카를 타고 신나게 달렸어요. 시속 30km 정도로 달릴 수 있는데 중간중간 구경도 해야 하니 천천히 여유 있게 달렸습니다. 가다 보니 비양도라는 작은 섬과 무지개다리로 연결이 되어있더라고요. 거기서 해변가로 들어갈 수 있어서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바닷가에서 발도 담그고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소라껍데기를 주워서 놀기도 하고, 그걸 집에 가져가겠다며 챙기더라고요. 소라껍데기 속에서 까맣고 작은 게 들이 기어 나오기도 했는데 도심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자연 체험이라 정말 좋았어요. 바다에 있는 돌들은 어쩜 그렇게 까맣던지..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도에서 점심으로 흑돼지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돈까스는 원래 맛있는 음식이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돈까스는 언제나 아이들의 최애 메뉴니 말하면 뭐하겠어요. 치즈 돈까스에 치즈가 정말 많이 들어있었고, 그냥 돈까스도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더라고요. 소금, 와사비, 특제소스 등 여러가지가 곁들여져 있어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매콤한 와사비와 소금을 찍어먹는 조합이 특히 좋았습니다.
돈까스를 먹은 후에 미니카를 타고 달리다가 우도봉이 보이는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우도 땅콩아이스크림도 사 먹었어요. 예전에 우도에 왔을 때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 사이 물가가 무지 많이 올라 아이스크림 1개에 7천 원이나 한대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도 땅콩아이스크림을 먹고 검멀레 해변으로 갔습니다. 검멀레해변은 우도봉 아래에 움푹 들어간 자리에 아늑하게 자리한 해변인데, 여기는 독특하게 모래가 검은색이에요. 검은 모레는 일반 모레와는 다르게 입자가 좀 큰 편이라 발에 미세하게 달라붙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서늘해서 발만 담그고 놀았는데 신기한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한참을 놀았어요. 미역이 떠내려왔는데 먹어보더니 짜다고 하며 저한테도 먹어보래서 저도 먹어봤습니다. 별로 맛은 없더라고요. ㅎㅎㅎ 저희는 어딜 가도 좀 한참을 노는 편이라 거기서도 시간을 제법 오래 보냈습니다. 해수욕장 뒤에 병풍처럼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태인데 둘러싸인 암벽이 방향이 각기 달랐어요. 아래쪽은 가로로 줄무늬가 있는 암석이고 위쪽은 사선으로 줄무늬가 있어서 각각 다른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이런 지구과학에 관련된 것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그저 물놀이... 지층에 대해 말을 해주기는 했지만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첫날엔 비가 많이 내렸고 다행히 그다음부터는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계속 흐린 날의 연속이라 사진이 쨍하고 예쁘게 나오는 날이 없었답니다. 그래도 우도에 갔던 날이 날씨가 제일 좋아서 거기서 찍은 사진들이 제일 예쁘더라고요.
5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들과 서둘러 하우목동항으로 향했습니다. 바닷길로 돌아 마지막으로 우도를 한껏 즐겼어요.
아이들이 우도에서 놀았던 좋은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성산포항으로
우도에도 숙박시설이 있어 1박을 할 수도 있지만,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크기여서 1박을 해본 적은 없었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다시 제주도로 나가고 나면 우도는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곳일 것 같아요.
저녁 무렵 한적한 우도의 바닷가를 걸으면 고요한 곳에서 파도소리만 들려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적한 우도의 밤을 한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도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다시 성산포항으로 출발했어요. 저희가 타고 나오는 배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가 그래서 배 안에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다들 우도에서 놀다 보니 약간은 지친듯해 보였고, 그래서인지 들어가는 배에서는 객실이 그렇게 붐비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가는 배는 객실도 꽉꽉 들어차서 앉을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저도 좀 다리가 아파서 객실 빈 곳에 어찌어찌 자리를 잡아봤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 2층과 3층을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습니다. 언제나 지치지 않는 아이들이 부럽네요.
배에서 내려 화장실을 좀 이용하려고 다시 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오다 보니 아까는 서둘러 들어가느라 보지 못했는데 면세점이 있더라고요. 새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는데 작기는 해도 이것저것 술과 담배, 향수 등이 있고 레고를 판매하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거기 직원 설명으로는 제주공항 면세점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딱히 살 건 없어서 한 바퀴 정도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혹시 면세점을 이용할 일이 있으시면 성산포항 면세점에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우도 여행을 마치고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하루에 오전 한 곳, 오후 한 곳 정도면 아이들과 다니기 딱 적당한 일정이에요. 여유롭게 흘러가는 제주에서의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몇 번이나 왔던 우도지만 오늘도 여전히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