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일본 여행
저희 아이들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8살 어린이들이에요.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들뜬 기분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귀여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첫 해외여행을 간 건 5살 크리스마스 무렵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많이 어렸는데 그땐 또 많이 커서 데리고 다닐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8살이 되던 올해 1월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왔고요. 이번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세 번째 여행이 되겠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제법 많이 컸고 말도 잘 통해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게 되는 등 좋은 점도 많아요. 그리고 지금 한창 지적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궁금해하는 것도 많다 보니 저도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몰랐던 것을 많이 찾아보게 됩니다. 영유아 때보다 체력도 좋아져 도보 이동 거리도 좀 늘어나고, 박물관이나 테마파크의 콘텐츠를 이해하고 즐길 수도 있어요. 아이의 성장을 체감하며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몇 년만 지나도 부모님과의 여행을 그다지 흥미로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지금 많이 데리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와 여행할 때 고려할 점
아이와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조절인 것 같아요. 어른들끼리 가는 여행처럼 여기저기 동선을 맞춰 빡빡하게 일정을 짜면 아이는 쉽게 지치고 지루해 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억지로 어딘가에 다니는 건 곧 여행 전체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게 돼요. 하루에 메인 일정은 한 가지 또는 최대 두 가지 정도로 잡고,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놀거나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두 곳 정도 외출해서 다녀온 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딱 적당한 것 같더라고요. 일본의 대도시 여행은 생각보다 걷는 양이 많다고 해요. 지하철 역내 환승 구간이 길고 계단이 많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택시를 타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바꿔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식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인데요, 일본 음식은 대체로 한국 아이들 입맛에 잘 맞지만, 고추냉이나 매운 양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주문 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의 많은 식당에는 어린이용 메뉴인 '키즈 플레이트'가 잘 갖춰져 있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퀄리티도 훌륭해 끼니를 해결하기에 매우 좋다고 해요. 제가 아는 지인은 일본 후쿠오카 여행에서 편의점 음식이 너무 맛있어 한국으로 돌아올 때 사 오기까지 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요즘은 우리나라도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이나 간단한 식사가 맛있게 잘 되어있다고 하지만, 대체 일본 편의점은 어떤 곳일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또 저희 아이들처럼 8살이라면 단순히 멋진 경치를 감상하거나 유적지를 둘러보는데 크게 흥미가 없을 확률이 높아요. 직접 손으로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과학관이나 어린이 박물관, 혹은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 샵 방문 등을 계획에 적절하게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쿄 - 테마파크와 화려한 도심의 조화
일본의 수도 도쿄는 8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가 집약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씨는 물론, 최근 문을 연 해리포터 스튜디오, 시부야의 닌텐도 스토어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소가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오다이바의 팀랩 플래닛과 같은 몰입형 전시나 국립과학박물관은 교육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선택지인 것 같아요.
도쿄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콘텐츠의 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이의 취향이 무엇이든 그에 맞는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해요. 저희 아이들은 소방관, 소방차 등 화재나 재난 관련된 것에 관심이 많은데요, 도쿄에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체계적인 소방 전용 박물관이 있으며,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요. 여기 소방 박물관은 지하철역(요쓰야산초메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아이들과 이동하기 매우 편하다고 하고, 10층 전망대에서는 도시락을 먹으며 도쿄 시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고 하니 아이들과 방문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도쿄는 워낙 인프라가 잘 짜여져 있어 어디든 전철로 이동이 가능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과 다국어 안내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쇼핑과 관광, 체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네요.
하지만 이러한 도쿄의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출퇴근 시간대의 전철은 피해야 하고, 유명 맛집이나 테마파크의 대기 시간은 기본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긴다고 하니 계획을 잘 짜야해요. 또 다른 도시에 비해 숙박비와 전반적인 물가가 비싼 편이라 예산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오사카 - 먹거리와 근교 여행의 즐거움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는 별명답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음식이 풍부하며,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여행지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이라는 강력한 랜드마크가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인 '카이유칸'은 아이들이 특히 열광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교토나 나라 같은 근교 도시로의 접근성이 좋아 한 번의 여행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해요.
오사카는 도쿄에 비해 물가가 다소 저렴하고 도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아담해 동선을 짜기가 수월합니다. 특히 텐마 지역에 위치한 '키즈 플라자 오사카'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어린이 박물관으로, 다양한 직업 체험과 과학 놀이를 할 수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당하고요. 또 상인들이 친절하고 활기찬 분위기라 아이와 함께 시장 구경을 할 수도 있어 좋다고 합니다.
됴쿄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지요. 하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혼잡도는 도쿄 디즈니랜드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인기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필요한 '익스프레스 패스' 가격이 상당히 비싸며, 이마저도 일찍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 아이들은 인기 어트랙션을 탈 수 있을 나이는 아니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오사카 시내 중심가인 난바나 도톤보리는 밤늦게까지 인파로 붐비고 술집 등 유흥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어른들에겐 좋겠지만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크게 상관이 없는 부분이겠네요.
후쿠오카 - 짧은 비행시간과 수월한 이동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이나 짧은 일정을 계획한다면 후쿠오카가 최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비행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아 아이가 기내에서 지루해할 틈도 없을 것 같고, 공항과 시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하니 이동 시간으로 따진다면 가장 좋은 후보지예요. 또 시내가 평탄하고 조밀해서 유모차를 가져가야 하는 어린아이가 있어도 걷기에 편안하다고 합니다. 후쿠오카 시내의 호빵맨 어린이 박물관이나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 수족관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규모와 콘텐츠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후쿠오카에는 실전형 재난 대응 체험이 가능한 '후쿠오카 시민 방재 센터'가 있어서 지진, 강풍, 화재 등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이런 걸 즐기는 저희 아이들이 아주 흥미 있어할 것 같아요. 또한 하카타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체험이나 근교 다자이후의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여행도 가능하며 다른 대도시에 비해 숙박 시설의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대신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대형 테마파크나 화려한 볼거리는 부족한 편이라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조금 심심해할 수 있겠습니다. 또 활동적인 성향의 아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거리는 없는 편이라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 후쿠오카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유명 식당의 예약이 어렵다고 하니 이 부분도 참고해서 계획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삿포로 - 대자연 속의 힐링과 체험
도시의 빌딩 숲보다 넓은 들판과 자연을 선호하는 가족이라면 홋카이도의 삿포로를 추천합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날씨 속에 라벤더 밭과 농장 체험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환상적인 눈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나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초콜릿 팩토리)는 아이들에게 동화 같은 추억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공기가 깨끗하고 환경이 쾌적해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이곳이 좋을 수 있고요. 유제품과 해산물, 옥수수 등 식재료 자체가 훌륭해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렌터카 여행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다른 곳들과 달리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입니다.
하지만 지역이 워낙 넓어 이동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주요 관광지 간의 거리가 멀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아이가 답답해할 수 있습니다. 또 겨울 여행 시에는 추위와 폭설로 인한 교통 통제 등의 변수가 있으며,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방한 용품 준비 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항공권 가격이 다른 일본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어딜 가던 아이와의 여행은 소중한 기회랍니다. 아이가 직접 길을 찾아보게 하거나, 간단한 일본어 인사를 배워보게 하는 것도 좋은 것 같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는 기회가 되어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 되지요. 저는 원래 여행 계획을 날짜별 시간별로 완벽하게 짜서 거기에 맞춰 이동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아이와 함께하고부터 그런 것이 다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완벽한 계획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계획하고, 꼭 해야 하는 최소한의 계획만 세워두는 것이 더 좋은 여행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