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도착한 첫 날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왔어요. 렌터카를 인수하면서 차량 외부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확인해보는 사이, 옷은 다 젖어 이미 축축한 상태가 되었답니다. 아이들 우비를 미리 준비해가긴 했지만 아이들도 다 젖은 건 마찬가지...
여튼 그렇게 비가 왔던 여행 첫 날은 제주민속오일장 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너무 추워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신 뒤 일정을 마쳤답니다.
다행히 태풍은 일본쪽으로 빗겨가 더 이상 비가 내리지는 않았어요. 계속 그렇게 비가 왔다면 아이들과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두 번째 날엔 미리 점찍어 두었던 에코랜드에 갔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와 40분 정도 떨어진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에코랜드.
여행계획을 미리 다 짜두고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 날 그 날 어디 가면 좋을지 찾아보려고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에 관한 책을 두 권 빌려왔어요. 그 책에 아이와 다니기 좋은 곳으로 '에코랜드'가 소개되어 있었답니다.
기차여행
랜드는 기차를 타고 다니며 넓은 숲과 들판을 여행하는 테마파크에요. 기차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삼아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약 30만 평에 달하는 곶자왈 원시림과 넓은 들판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곳에 생겨난 숲을 말합니다. 여기는 보온과 보습 효과가 높아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이라고 해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많이 있어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랍니다.
물론 아이들은 이런 신비한 숲 보다도 '기차를 타고 떠나는 탐험' 자체을 더 좋아했지요. 기차 길이가 꽤 긴데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자리로 달려서 앉는 것 자체를 좋아했어요. 한 칸에는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메인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총 4개의 간이역을 순서대로 지나갑니다. 차례대로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다만, 전 역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서 내린 곳을 충분히 구경을 한 다음에 그 다음 역으로 가야해요. 가끔 이벤트로 기차 무제한 탑승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이벤트가 아닌 이상 메인 역에서 재탑승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에코브리지역

에코브리지 역에서 내리면 커다란 호수위에 설치된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걷게 되어있습니다. 여기는 예전에 유명한 CF 촬영을 했던 곳이기도 하답니다. 길 전체가 평평한 데크로 이루어져 있어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걸어가기에도 무리가 없고 유모차가 있어도 걱정이 없어요.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며 호수를 들여다 보았는데 물이 깨끗해서 제법 아래까지 들여다보였습니다. 내륙지역에 있는 호수들은 대부분 물 아래가 보이지 않게 혼탁한 경우가 많은데 역시 제주도라 맑은 호수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날씨가 맑았다면 더 예쁜 호수뷰를 볼 수 있었을텐데 날씨가 흐려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레이크사이드역 - 스카이 바이크
호수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역인 레이크사이드역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구간은 기차를 타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면서 풍경을 감상하게 되어있었습니다.
호수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성 같은 곳이 나오는데, 여기는 에코랜드 호텔인 것 같아요. 안에 베이커리 카페와 식당 등이 있다고 표시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호수 끝자락에 2~3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게 되어있어요.
오리배 타기와 스카이 바이크, 그리고 범퍼카 타기라고 되어있는데 범퍼카 타는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스카이 바이크를 타고싶어 했어요. 호수 위에서 출발해 숲까지 연결된 스카이 바이크는 조금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비싼 편이라 별로 안 타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꼭 타고싶다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타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괜찮았어요.
레이크 사이드역 언덕에는 풍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풍차 근처에서 시간대 별로 공연을 하는데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간단히 서커스 같은 것도 보여줍니다. 외발자전거 타기, 공 굴리기 등 어른이 봐도 재미있을만한 공연이 30분 정도 진행돼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저희 가족은 거기서 핫도그와 소세지 등을 사먹으면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아이들도 눈을 떼지않고 공연에 집중하더라고요.
피크닉가든역
레이크사이드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이동합니다. 넓은 들판에 말들이 걸어다니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도 펼쳐지고, 예쁜 꽃들도 눈에 띄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국적인 풍경이라 다들 카메라에 담기 바쁜 구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아까 스카이 바이크를 탈 때 미리 봐두었던 맨발 걷기를 하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여기 피크닉가든 역에 내리면 거기로 갈 수 있었어요.
피크닉 가든 역은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에요. 내리자마자 키즈 타운이 있는데 엄마 아빠가 조금 힘을 써야하는 구간이기도 했습니다.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자가발전 기차가 있어요. 꼬마 아이들이 작은 동물 모양 차에 올라타면 옆이 있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짧은 레일을 직접 태워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둘이나 되는 우리 가족은 각각 한명씩 차에 태우고 열심히 페달을 밟아 태워주었어요. 저는 한 두번 밖에 안 했는데 남편은 여러 번 태워줘야해서 제법 힘들었을 겁니다. 아주 힘든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번 태워주기엔 저는 좀 힘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고 아기자기하게 지어진 아담한 집들과 오두막이 있어서 사진 찍어주기에도 좋고, 작은 오두막에는 실제로 들어가서 놀 수도 있었어요. 꼬꼬마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 저희 아이들은 그리 오래 놀지는 않았답니다. 대신 에코로드를 걸어 아까 스카이 바이크를 탈 때 봐두었던 맨발걷기 길로 갔어요.

'에코로드'는 곶자왈 숲길 탐방 코스입니다. 숲길은 단거리 코스(약 400m, 10분 소요)와 장거리 코스(약 1.9km, 40분 소요)로 나뉘어 있었는데 저희는 장거리 코스 중 반 정도를 걸었어요. 곶자왈의 숲냄새를 맡으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곳곳에 표지판으로 고사리 등 식물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써있어서 현장학습 느낌도 납니다. 무엇보다 숲의 향기가 정말 좋아서 비염이 있는 저희 아이들은 여기에 살면 비염이 다 나을 것 같다며 좋아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이 에코로드에 깔려있는 붉은 색 흙이 바로 화산석이고 다른데서는 보기 어려운 식물들도 많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에코로드 장거리 코스 중간에 맨발걷기 길이 있는데, 그 곳에 맨발 걷기를 하고나서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여기에 물펌프가 있었는데, 옛날 방식으로 마중물을 넣어 물을 끌어올리는 물펌프가 저희 아이들을 아주 빠져들게 했습니다. 이런 물 펌프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는데 대부분 모형 뿐이거나 고장나서 실제로 물을 퍼올릴 수 없었거든요. 근데 여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라 펌프에서 물을 길어 올릴 수가 있더라고요. 물 퍼올리기에 빠져 한 시간도 넘게 그 곳에서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맨발 걷기도 하면서 꽤 긴 시간 동안 놀기도 했답니다.
제주에 오니 아이들이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해볼 곳이 많아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펌핑을 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언덕 위에서 트램펄린을 발견했어요. 이 트램펄린에서 또 한시간 가량 신나게 뛰어놀았답니다.
트램펄린은 유아용과 초등이상용으로 나눠져 있었어요. 유아용이 조금 작고 문이 열리지 않게 고정시키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날이 흐려서 그랬는지 아이들이 많지는 않아서 저희 아이들만 한참을 그 곳에서 놀았던 것 같아요. 놀다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더 놀겠다는 아이들을 겨우 설득해 내려왔습니다.
낮 12시 조금 넘어 에코랜드에 들어온 것 같은데 5시가 다 되가는 시간... 아직도 마지막 역이 남았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납니다. (엄마 아빠는 힘들지만 너희들이 즐겁다면야....ㅎㅎㅎ)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역
드디어 마지막 역은 라벤더, 그린티&로즈가든역입니다. 기차에서 내리면 무료로 이용하는 족욕탕이 있어요. 물은 그냥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인데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조금 걸어가면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여기를 건너가면 큰 화원과 말을 키우는 들판이 나와요. 지금은 보라빛 라벤더와 장미들이 피어있었는데 꽃이 많아서 참 예쁜 곳이었습니다. 쟈스민 향기가 너무 좋아서 킁킁 거리며 한참을 서있었어요.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면 넓게 펼쳐진 목장 산책로에서는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들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허브차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는데 기념품을 사는 곳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여기서 귀여운 제주해녀 마그넷도 골라봤어요.
저는 힘들고 다리가 아파서 큰 아이랑 의자에 앉아 있었고, 작은 둥이랑 아빠만 말을 구경하고 왔답니다. 시간이 거의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배도 고팠어요. 그런데 근처 식당을 찾아보니 전부 문을 닫은 거예요. 여기는 오후 5시만 되면 마감하고 문을 닫는 곳이 많은지 가려고 찾아보는 곳마다 전부 문을 닫았더라고요.

마지막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들과 서둘러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기차를 타고 메인 역으로 돌아오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자리가 꽉 차있던 주차장도 거의 비어있었어요. 에코랜드 입구 기찻길에서도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들.
문 닫는 시간이라고 서둘러 데리고 나왔기에 망정이지..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놀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도 오늘 하루 여기서 정말 입장료보다 몇 배로 더 신나게 놀 수 있어 좋았습니다.아이와 함께 한다면 여기 에코랜드를 꼭 추천할게요 :)
아 참.. 식당은 전부 문을 닫아서 결국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는 배고픈 마무리. 그래도 즐거운 하루여서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