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가서 뭐가 젤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여러 가지 생각나는 음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과일!
열대기후 덕분에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이 정말 풍부한 태국은 그야말로 '과일 천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치앙마이에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평소 한국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과일을 시장, 길거리 노점, 마트 어디에서나 다양하게 사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거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과일도 태국에서는 매우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과일 먹으러 태국에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망고 (Mango)
태국 대표 과일이라고해도 좋을 정도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망고'입니다. 태국 망고는 한국에서 먹는 망고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에요. 특히 잘 익은 망고는 과육이 부드럽고 섬유질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기다랗게 칼로 반을 잘라 숟가락으로 그냥 떠먹어도 될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망고는 대게 큐브 모양으로 잘라서 숟가락으로 떠먹기도 하지요.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망고를 많이 수입해서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고 맛있으니 비교할 바가 아니긴 합니다. 망고 가격은 지역과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kg(큰 사이즈 망고 2개 정도)에 40~100밧 정도인데, 길거리에서는 망고 한 개를 손질해서 30~60밧 정도에 팔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갔던 1~2월은 아직 망고 시즌이 아니어서 1kg에 80~100밧 정도였고, 파는 곳도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태국에 있었던 중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망고는 윤난 플리마켓에서 1kg에 80밧 주고 샀던 망고인데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더 많이 사 먹었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흑흑
망고의 맛은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꽃향기가 느껴지며, 입에 넣으면 녹듯이 부드럽게 퍼집니다. 잘 익은 망고를 고르는 방법은 색이 노랗고 살짝 말랑하면서 향이 강하게 나는 것이 잘 익은 망고입니다.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빛깔의 망고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물러진 것은 과숙일 가능성 있어서 빨리 먹어치워야 하니 주의하세요.
태국에서 처음 본 망고로 만든 독특한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망고와 함께 코코넛 밀크와 찹쌀밥을 함께 먹는 ‘망고 스티키 라이스’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밥과 망고를 같이 먹는다고??' 라며 의아하게 생각했는데요, 한번 먹어보니 달콤한 스티키 라이스의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우리나라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달콤한 약밥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밥으로 먹는 것에서 단 맛이 나는 걸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태국에 가면 꼭 한 번은 먹어 볼만한 음식입니다. 하얀 찰밥에 노란 망고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어 sns 사진 찍기도 좋은 비주얼이에요!
코코넛 (Coconut)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 바로 코코넛이에요! 특히 더운 날씨에 차가운 코코넛 워터는 최고의 음료이기도 합니다.
코코넛은 일단 그 모양부터 매력적이에요. 코코넛 워터를 주문하면 코코넛을 통째로 들어 커다란 칼로 '탁! 탁! 탁!' 시원하게 쳐서 윗부분을 잘라 빨대를 꽂아 바로 마실 수 있게 줍니다. 아이들은 코코넛 워터를 기다리면서 일단 짤막한 쇼를 한 편 보는 셈이라 코코넛 꼭지 따는 걸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요. 코코넛 워터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전해질이 풍부해 더위를 이겨낼 때 좋은 음료라고 하는데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입맛에는 그저 그렇습니다. 그나마 시원하면 마실만 하던데 미적지근한 코코넛 워터는 뭐랄까..?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듯한 느낌이어서 별로 맛이 있지 않았어요. 차라리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제품으로 나온 코코넛 워터가 더 맛이 있더라고요.
코코넛 워터를 다 마신 후에는 안쪽의 부드러운 코코넛 과육을 숟가락으로 긁어먹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코코넛 워터보다는 요게 젤리처럼 부드러운 식감이라 맛이 있었습니다.
코코넛 가격은 보통 한 개에 30~50밧 정도인데, 잘라서 빨대를 꽂아 70~100밧 정도에 많이 팔아요. 저희 아이가 코코넛 워터를 좋아해서 가는 곳마다 사달라고 졸라 몇 번을 사서 마신 후 코코넛 통까지 숙소로 들고와서 모아놓고 놀고는 했습니다. 마지막에 치앙마이를 떠나면서 코코넛 통을 들고오지 못 한다고 했더니 너무너무 서운해 했어요.
파파야 (Papaya)
파파야는 태국에서 아침 식사나 디저트로 많이 먹는 과일입니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던 숙소에서 아침식사 디저트로 파파야가 나오는 날엔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며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잘 익은 파파야는 과육이 연한 주황색이고 식감은 멜론이랑 비슷하게 부드러운 편이고 망고처럼 쨍하게 단 맛이 아닌 입 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이었어요.
태국에서 파파야를 과일로 먹기도 하지만 ‘쏨땀(Som Tam)’이라는 파파야 샐러드로도 많이 먹습니다. 과일로 먹는 파파야는 연주황색으로 잘 익은 것이지만, 샐러드에 쓰는 것은 초록색의 덜 익어서 식감이 아삭한 파파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쏨땀은 여러 번 먹어봤지만 쏨땀에 들어있는 아삭아삭한 게 야채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파파야라는 건 까맣게 몰랐어요.
파파야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으로 한 개에 20~40밧 정도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어느 날 저녁무렵 동네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떤 집 담벼락에 키가 큰 나무가 있더라고요? 고개를 쭉 빼고 올려다보니 그 큰 나무 끝에 기다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어서 그게 뭔지 궁금해 사진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게 바로 파파야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시골에 가면 집 담벼락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듯이 태국 시골집에는 파파야 나무에 파파야가 주렁주렁 열리더라고요. 우리네 시골집과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망고스틴 (Mangosteen)
'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망고스틴은 태국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저도 망고스틴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이라고 해서 일부러 사서 먹어보았어요. 망고스틴의 두꺼운 겉껍질은 짙은 보라색 혹은 갈색에 가깝고 이 두꺼운 껍질을 벗기면 하얀 마늘 모양의 과육이 나오는데 알맹이는 좀 작아요. 망고스틴의 맛은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상큼함이 함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식감과 맛이었습니다. 식감이 리치나 포도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두개 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향이 고급스럽습니다. 촉촉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하튼 저도 처음 먹어봤는데 말로는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 맛이더라고요.
망고스틴 가격은 시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1kg에 약 60~ 150밧 정도이고, 망고처럼 길거리에서 손질된 컵 형태로도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고스틴을 구매할 때엔 껍질이 너무 딱딱하면 덜 익은 것이니 살짝 눌렀을 때 부드러운 것이 좋은데요, 꼭지 부분이 초록색이면 신선한 망고스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망고스틴은 겉으로 보기에 아주 멀쩡해 보여도 막상 까보면 속이 상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제가 치앙마이에서 망고스틴을 사 먹었는데 총 10개가 들어있었고 겉으론 다 멀쩡해 보였거든요. 근데 먹으려고 까보니 10개 중에 4~5개가 속이 상해서 절반을 버리게 되니 너무 아깝고 속상했습니다. 제가 뽑기를 잘 못 한 건지 모르지만 실패율이 40~50%나 되면 또 사먹을 때 좀 망설여질 것 같아요.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다면 꼭 먹어 볼 만한 맛있는 과일이랍니다.
파인애플 (Pineapple)
태국 파인애플은 우리나라에서 먹던 파인애플과 품종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파인애플은 대부분 커다란 품종인데, 치앙마이 파인애플은 어른 주먹 두 개를 합친 정도 작은 크기였습니다. 이름이 ‘허니 파인애플' 이라고 하는데 시장에 가니 이런 작은 크기의 허니 파인애플을 잔뜩 쌓아놓고 깎아서 팔더라고요.
허니 파인애플은 식감이 아삭하면서도 과즙이 풍부하고, 신맛이 거의 없이 단맛이 강했어요. 그리고 집에서 먹던 커다란 파인애플은 가운데 심지 부분이 단단해서 꼭 여기를 잘라내고 먹는데, 태국의 허니 파인애플은 이 가운데 심지 부분도 단단하거나 질기지 않아, 심지를 제거하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는 파인애플을 나선형으로 깎아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팔기도 하는데, 어른 주먹크기 또는 그보다 작은 파인애플을 통째로 깎아놓아 귀엽고 예뻤어요.
파인애플 가격은 매우 저렴해서 한 개에 20~40밧 정도인데, 컵에 담아 판매하는 경우는 10~20밧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껍질 째로 파는 것과 깎아서 파는 것이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깎아놓은 것을 편하게 사먹는 게 좋긴 하지만,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위생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보이기에 저는 그냥 통째로 사다가 숙소에서 직접 깎아먹었습니다. (귀찮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배탈이 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파인애플 고르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일단 노란색이 선명하고 파인애플 향이 강하게 나는 것을 골라잡으면 됩니다. 끝에 나있는 잎이 너무 마른 것은 오래된 것이니 너무 마르지 않은 것으로 고르면 실패하지 않고 맛있는 파인애플을 먹을 수 있답니다.
두리안 (Durian)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두리안! 하지만 저는 아직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과일이랍니다. 두리안은 태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과일이지만, 강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과일이기도 하지요. 많은 호텔이나 대중교통에서 '반입 금지' 품목일 정도로 향이 강하다 못해 지독한(?) 과일입니다. 저희 가족이 머물렀던 콘도에도 '두리안 반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었어요. 마트에서 두리안을 팔면 마트 입구에만 가도 벌써 두리안 냄새가 나니... 왜 반입 금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두리안의 맛은 의외로 달콤하고 식감은 진하고 크리미한 커스터드 혹은 버터 같다고 해요. 어떤 사람들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 양파 향 같은 독특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버터 +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양파맛이라니...먹어보지 않아서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네요.
가격은 품종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1kg에 120~300바트 정도로 과일 치고는 저렴하지가 않습니다. 별로 먹고싶지도 않게 생겼는데 비싸기까지 하니 더욱 먹어볼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보통 시장이나 마트에서 껍질을 제거하고 과육만 포장해서 판매하고, 또 두리안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있더라고요. 어느 날 시장에 가니 길가에서 커다란 트럭에 두리안을 잔뜩 싣고 와서는 그 자리에서 손질해서 팔고 있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숙소에서 다른 팀이 두리안을 사와서 나눠먹어보면서 저한테도 권했었는데 그 때도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먹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음 여행에는 한번 도전해 봐야하나 고민중입니다....!
태국의 사과, 배 그리고 딸기
태국에서도 사과와 배를 판매하긴 하는데 대부분 수입 과일이라고 해요. 그래서 가격은 열대 과일보다 훨씬 비싼 편이고 맛도 우리나라의 사과와 배처럼 맛있지는 않습니다.
사과는 주로 중국이나 뉴질랜드에서 수입되며 맛은 한국 사과보다 조금 덜 달고 산미가 있는 편입니다. 배 역시 한국 배보다는 작고 단맛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는 모양이 제법 그럭저럭 맛있어보이기도 하는데 배는 딱 봐도 생긴 것부터 단단하고 맛이 없게 생겼어요. 우리나라 배의 달고 시원한 맛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생김새랍니다. 직접 보시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ㅋㅋ
또 딸기도 종종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모양도 한국의 딸기처럼 예쁘지가 않았어요. 숙소에서 같이 지내던 집 아이가 생일이었는데 딸기가 먹고싶다고 해서 딸기를 한번 샀었거든요. 나눠주셔서 저도 먹어봤는데 확실히 맛이 별로 없더라고요. 딸기의 흰 부분이 좀 많고 모양도 울퉁불퉁하고요. 나중에 숙소 사장님께 들은 얘긴데 딸기는 좀 추운 기온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파는 설향 등 맛있는 딸기 품종은 태국의 열대기후에 맞지 않아서 재배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 딸기 품종을 재배해서 태국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팔아보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는데 전부 실패했다고 해요.
여하튼 태국 여행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사과나 배, 딸기를 찾기보다는 현지 열대 과일을 즐기는 것이 최고랍니다.
태국 과일 구매 팁
태국에서는 과일을 시장, 길거리 노점, 마트 어디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여행자라면 특히 과일 노점에서 컵에 담아 판매하는 과일을 이용하면 편리하고 보통 20~50밧 정도로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위생적인 부분일 텐데요, 노점에서는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데다 아직은 태국 사람들의 위생개념이 다소 부족하니 위생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합니다. 어른들만 여행하는 거라면 여행기간 동안 대충 위생 부분은 눈 꾹 감고 못 본 걸로 할 수도 있겠으나, 저처럼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자들은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여행에 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위생적인 부분을 내려놓기가 어렵지요. 저는 여행기간 동안 한번도 깎아서 파는 과일을 사먹지 않았어요. 귀찮아도 꼭 사서 숙소에서 깎아먹고, 밖에 노점에서 갈아주는 생과일쥬스 등은 먹지 않았습니다. 필요할 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완제품 쥬스를 사먹었어요. 덕분에 여행동안 두 아이 모두 배앓이를 하거나 한 적이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길에서 만든 쥬스나 깎은 과일을 사먹고도 배가 안 아픈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아플까봐 상당히 조심했어요.)
또한 태국 과일은 시즌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현지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관광지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나 길거리 노점이 훨씬 저렴하고 신선한 경우가 많습니다. 웬만한 시장에서는 과일을 다 팔지만 무엉마이 과일시장처럼 과일을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어요.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들러서 맛있고 저렴한 과일을 맘껏 사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