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앙마이 한 달 살기, 혼자 가면 150만 원이면 충분하다는데 가족 4명이 가면 얼마나 들까요?
저는 2주 전 남편과 유치원생 두 아이를 데리고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다 왔습니다. 맨 처음 한달살기를 알아볼 때, 4가족 500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는데, 막상 준비를 하다보니 비행기와 숙소에서만 이미 5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어떤 준비와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잘 몰랐고, 그 당시 회사 일이 한참 바쁜 시기라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이것저것 여행 준비까지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비행기와 숙소 정도만 미리 예약을 하고, 구체적인 여행 계획은 거의 없이 가게되었어요. 무작정 떠난 한 달 살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어도 잊을 수 없으리 만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누군가 저처럼 아이들을 동반해 한 달 살기를 떠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비행기 선택
비행기는 보통 비행기를 6개월 전 부터 예매한다고 하는데, 저는 준비가 좀 늦어져 석달 전 쯤 320만원(4인 기준)에 대한항공을 예약했습니다. 예약 당시 저가항공과 대한항공의 비용 차이는 50~60만원 정도(4인 기준)였어요. 저희는 아이를 동반한 데다 오고가는 시간이 모두 밤이어서 조금 편하게 가려고 대한항공을 선택했습니다. 비행기 티켓은 항상 변동이 있다고 하던데 출발하기 한 달 전쯤 다시 한번 검색을 해보니 저가항공과의 차이가 100만원(4인 기준)까지 벌어져 있었어요. 대한항공 취소 수수료를 지불하고 저가항공을 예약한다고 하더라도 차이가 좀 나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변경하지 않고 그냥 대한항공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숙소 선택
한 달 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숙소입니다. 며칠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한 달을 사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먼저 머무를 지역을 선택하고 그 지역에서 숙소의 위치와 컨디션, 부대시설 등을 고려하여 가격대에 맞는 숙소를 정하면 됩니다. 제가 다녀온 시기는 치앙마이 극성수기에 해당하는 1월~2월이어서 10월쯤 뒤늦게 숙소를 예약하려고 하니 선택지가 많이 없었어요. 저희는 총 31박의 여행 중 7일은 짧은 여행으로 즐기기 위해 시내에 예약을 하고, 나머지 24박은 아이들과 한 달 살이 느낌으로 지내기 위해 북쪽의 산사이 지역에 있는 풀빌라(펜션 형태)에서 지내기로 계획했습니다. 예약 시기가 늦다보니 7박을 할 숙소를 구하는데도 예약할 때 제한이 좀 많았는데, 만약 한 달을 꼬박 지낼 숙소를 고른다면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두어야 원하는 기간동안 쭉 한 곳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 동반하기 때문에 혼자 또는 커플이 여행하는 것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훨씬 많아요. 일단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수영장이 있어야 하고, 또 밥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과 세탁기도 구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기본 시설이 모두 갖춰진 콘도를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콘도란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형 숙소로, 주방과 세탁기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장기 체류용 주거 형태를 의미합니다. 또 아이들과 부모님이 잠자리를 따로 해야한다면 침실이 2개이고 거실이 분리된 콘도 형태여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 넓은 유닛은 올드타운이나 님만 같은 인기 지역에서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한 달 살이 중 처음 7박을 보낼 곳으로 올드타운 중심에서 약간 외곽인 창클란 지역에서 더 아스트라 콘도를 선택했는데, 이곳은 가족 단위 장기 투숙객을 위한 유닛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1박에 8만 5천원 정도로 구했는데 여행 후기를 찾아보니 비수기라면 5만 원 선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성수기와 비수기는 최소 1.5배 정도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달 거주의 경우 공과금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도 미리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게 수영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관광보다 숙소에서 수영하는 시간을 훨씬 좋아해요. 실제로 저희는 한 달 중 절반 이상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성수기인 1월은 치앙마이를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인데, 아침과 저녁으로는 한국의 가을처럼 선선하고 한 낮에는 쨍쨍 하지만 습하지 않아 여행을 다니기에는 안성맞춤이죠. 하지만 이런 날씨는 아이들이 수영하기에는 춥습니다. 더군다나 수영장이 1층 건물 사이에 위치해 해가 들지 않는다거나, 나무가 많아 그늘이 많이 진다면, 물이 계속 차갑기 때문에 1월~2월 초 날씨에는 수영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수영장이 16층 루프탑에 있고 그늘이 거의 없어 1월 중순에도 오후쯤 되면 물이 아주 차갑지는 않아서 한 낮에 아이들이 수영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여행 후기를 찾아보니 '아이들이 수영을 많이 하고싶어했는데 추워서 거의 수영을 못 했다'는 후기가 많이 보였어요. 따라서 가족 여행자라면 수영장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수심이 얕은 키즈풀이 따로 있는 콘도를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현금과 QR 결제, 실제로는 어땠나
치앙마이에서는 GLN(Global Loyalty Network) 방식의 QR 결제가 널리 통용된다는 정보를 보고 현금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GLN이란 여러 국가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연동해 하나의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국제 결제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로 태국 현지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올드타운이나 님만 지역의 유명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서는 QR 결제가 잘 됐지만, 로컬 식당이나 야시장에서는 QR코드가 있어도 외국인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써본 결과 네이버페이 QR 결제 성공률은 60% 정도였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처리해야 했습니다. 쇼핑몰과 대형마트 등이 있는 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할 예정이라면 현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내에서 좀 벗어난 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계획이라면 현금을 많이 준비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카드로 ATM으로 현금을 인출하는데는 1회 이용시 500바트 정도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저도 처음엔 잘 모르고 한 번 이용을 했다가 비싼 수수료에 깜짝 놀랐답니다. 그 후로 저는 하나머니 QR출금을 이용해 저렴한 수수료로 현금을 인출해서 사용했는데요, 당시 이벤트 기간이라 5000바트 이상 인출 시 건당 85바트의 수수료를 돌려주는 페이백 행사도 진행중이이라 더 좋았답니다.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우리은행 계좌에서 치앙마이 내 특정 ATM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하니, 어떤 루트를 통하면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한 달이나 지내는 동안 사용 할 현금을 한 번에 다 찾으면 보관하는 것도 문제니 일주일 단위로 현금을 인출해서 사용하면 좀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한 치앙마이 한 달 살기는 혼자 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예산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짧은 여행이 아닌 한 달이나 되는 기간동안 살아보러 가는 것이니 저처럼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